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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WFK 청년중기봉사단/르완다

[르완다 3팀]음악으로 피어나는 평화 – 르완다에서의 합창 이야기

안녕하세요. KOICA 청년중기봉사단 완다좋네(Wanda-Jone) 팀의 카라보(Karabo) 입니다.
현재 저는 르완다 수도 키갈리(Kigali)G.S. Kimisagara School 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
Primary 4–5학년 34명을 대상으로 음악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라보(Karabo)’는 르완다어로 ‘꽃’을 뜻합니다.
이 이름처럼, 저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조금씩 자라며 피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음악을 통해 화합과 협력의 가치를 배우는 평화 교육”이었습니다.

 

첫 수업 후에 학생들과 찍은 사진

 

첫 수업 날, 교실 가득 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에는 낯섦보다는 호기심이 묻어 있었습니다.
“케냐, 프린스, 기프트, 클레버…”
낯선 이름들을 부르며 서로의 얼굴을 익히는 그 순간,
봉사는 ‘가르침’이 아니라 ‘이름을 기억하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의 곡은 이찬혁의 〈멸종위기 사랑 (Endangered Love)〉.
사랑이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랑을 지키는 일이 곧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입니다.

하지만 수업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래 사용하기로 했던 공간을 갑작스레 빌리지 못하게 되어
협소한 교실에서 서서 수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의자가 없는 탓에 계획했던 ‘가사 익히기’ 대신 ‘율동 배우기’로 순서를 바꿨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들이 잠깐 들은 한국어 노래를 바로 따라 부르며 손짓을 맞춰 주었습니다.
그 순간, 모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합창을 해낼 수 있겠구나.”
그날의 교실은 비록 좁았지만, 마음만큼은 공연장이었습니다.

율동을 배우는 장면

 


수업은 언제나 팀워크로 완성됩니다.
현지 단원 니용쿠루 이제키엘(Niyonkuru Ezechiel) 선생님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이끌고 수업 중 생기는 문제를 재치 있게 해결하는 든든한 도우미입니다.

이라투쿤다 테오필레(Iradukunda Theophile) 선생님은
제가 사용하는 영어를 르완다어로 자연스럽게 번역하며 아이들과의 소통을 도와주는 수업 파트너입니다.

그리고 한국 단원 재형 선생님은 PPT 준비와 음향 연결, 체육·공예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든든한 보조 교사입니다.

 

아이들은 다소 어눌한 발음의 한국어 가사를 웃으며 따라 불렀고,
리듬이 맞아갈수록 서로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개개인의 음역은 크지 않지만,
여러 목소리가 한 방향으로 모여 울릴 때의 울림은 놀랍도록 웅장했습니다.

 

합창 수업의 한 장면
채육수업의 한 장면


매 수업마다 학생들에게는 "학급 전체 도장판"에 도장을 찍어줍니다.

칭찬 도장 판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장면


학급 규칙을 잘 지키거나, 수업을 잘 따라올때,  도장을 찍어주면,
아이들은 칭찬판에 새겨지는 도장 하나에 환하게 웃습니다.
도장이 채워질수록 학생들의 기쁨이 커지는 모습을 보니
저는 마트에 들를 때마다 “무엇을 사면 아이들이 더 기뻐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작은 스티커 하나가 아이들의 동기부여가 되고,
그 웃음이 제 하루의 원동력이 됩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은 교실 밖으로 나가며 “Endangered Love”를 흥얼거립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평화를 연습하고 있다는 것을요.

수업 후엔 현지 단원들과 함께 의자를 정리하고, 다음 주 수업 자료를 준비합니다.


점심시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송을 부르거나 종이접기 놀이를 합니다.
한국에서 알려준 ‘쎄쎄쎄(Se Se Se)’와 르완다 버전의 ‘동서남북’ 종이 접기 놀이를
함께 즐기며 웃는 시간은 늘 소중합니다.

작은 종이 하나, 단순한 리듬 하나에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저 역시 치유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아이들은 저에게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 단원들과의 협업은 단순한 ‘업무 분담’이 아닌,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이해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거버넌스 봉사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르완다에서의 봉사란 거창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웃는 그 시간이 바로 평화였습니다.

음악은 언어를 넘어 마음을 잇는 다리였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사랑’과 ‘협력’을 배우며,
작지만 확실한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저는 다시 한 번 ‘카라보’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
사랑을 지키는 일, 그것이 평화를 배우는 첫걸음임을 믿습니다.

 

다음 블로그는 시니어 반 수업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