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에 봉사단으로 오기 전 한국에서 키냐르완다어를 배울 때, 가장 처음 배운 것이 “Mwaramutse”, “Miriwe” 등과 같은 인사말들이었다. 하루의 시간별로, 혹은 상황별로 다양한 인사말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영어에서 “Good morning”, “Good night”으로 표현되는 것 이상의 표현들이 있었다. 한국어로 할 수 있는 인사말의 범위는 영어보다 더 적다. “Hi”와 같이 만났을 때 하는 말과 “Bye”와 같이 헤어질 때 하는 말이 “안녕”으로 같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침, 점심, 저녁 다 똑같다.
상황별 인사말을 가장 열심히 외웠고, 또 첫 시간에 배운 내용이라 가장 많이 봤기 때문에 르완다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연습한 인사말을 처음 건넬 때에는 떨리고 긴장되었다. 시계를 다시 확인했던 것이 기억난다. 오전 12시 전이었으므로 “Mwaramutse”라고 인사했다.
키갈리에서 한 달 가까이 산 지금도 상대방한테 인사를 건넬 때면 지금이 하루의 시작으로부터 얼마 정도 지났는지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나, 그리고 상대방은 하루의 어디쯤에 와 있지?” 인사말로 내뱉음으로써 이것을 상기하게 된다. 지금이 언제이고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굉장히 마음의 여유를 더해준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흘러갔다. 정신없이 업무들을 처리하다 보면 눈 깜짝할 새에 하루가 지나가 있었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새도 없다. 그러나 르완다에서는 하루동안 만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또 그 사람이 반갑게 마주 인사해 줄 때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내가 정확하게 인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게 제법 마음에 든다.
르완다에서 나누는 인사가 좋은 또 다른 점은 말 그대로 인사를 하는 횟수가 많은 것이다. 동료들은 물론이고, 호텔 직원들, 택시 기사,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안부를 물을 때 사용하는 “Amakuru?”라는 말도 한국어로 완전히 번역하기 어렵다. 그런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더 예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식당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도 인사 없이 바로 용건을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마 퍼스널 스페이스를 최대한 침범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심지어 모르는 사람한테까지도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는 르완다의 문화에서 따뜻함과 환영을 느꼈다. 적어도 사회, 문화적 배경이 너무나 다른 이 낯선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의 한 낯선 나라에서 온 봉사자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가지며 말을 걸어주는 게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인사를 나누는 행동은 매우 일상적이고 순간적이지만, 르완다에서 그것은 나에게 작은 행복이 되어 돌아온다. 그저 인사말 한 마디로부터 한국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마음의 여유와 따뜻한 환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첫 인상이 처음 나누는 인사로 결정되듯이, 나에게 이 나라의 첫 인상 역시 그랬다. 처음 키갈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 직원에게 “Mwaramutse”라고 인사하던 순간, 그러자 그가 미소를 지어주던 순간, 이 순간들이 나에게 르완다의 첫 기억이다. 르완다의 첫 인상은 정말이지 환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앞으로의 여정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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